우리나라 생산직 근로자들의 임금체계는 근속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연공급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최근의 환경 변화로 인해 연공급 임금체계가 환경과의 적합성을 상실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 중심으로의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전문가들에 의해 제기되어 왔으나 실제로 임금체계의 개편이 이루어진 경우는 드물다. 노동조합이 안정적인 임금 인상을 보장하는 연공급을 선호하여 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풀무원의 사례는 대기업 생산직을 대상으로 하는 임금체계 개편이 성공한 드문 예이다. 풀무원은 기존 호봉제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근속에 따른 임금 인상을 제한하여 연공성을 완화하는 한편, 하는 일의 역할 수준에 따라 임금이 지급되는 역할급을 신설하였다. 이를 통해 근속에 따라 임금이 지속적으로 우상향하는 기존의 임금 곡선이 젊었을 때는 임금이 빠르게 오르다가 중간 연령 이후에는 임금이 완만하게 증가하는 S자 곡선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노조의 이해와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풀무원은 이를 위해 노사 간 공통적인 이해관계를 도출하는 한편 추진 과정에서 적극적인 소통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임금체계는 연공성을 완화하는 기제와 함께 일 중심의 역할급을 포함하고 있다. 사례는 임금체계의 개편을 추진하는 과정과 그 결과 만들어진 임금체계의 내용 양 측면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