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문화현상이며 사회적 구성물이다. 모든 유기체는 연대기적인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생물학적인 변화를 겪는다. 하지만 노화를 경험하는 존재는 오로지 인간밖에 없다. 노화의 경험과 인식, 노화 담론, 노화의 제도와 실천 등은 역사적인 상황과 사회문화적인 조건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인간이 경험한 노화의 실상을 제대로 살펴보려면 이와 같은 노화의 다양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중국 고대 노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권위에 관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노인이 문화적 산물이라면 중국 고대의 상황은 어떠했을까. 이 글이 던진 물음은 다음과 같다. 중국 고대는 누구를 노인이라 불렀으며, 노인은 어떤 존재로 인식되었는가. 중국 고대의 노인이 지닌 사회적 지위에 대하여 어떤 서술이 가능할까. 만약 노인이 다른 연령층에 비하여 우월한 권위를 누리는 존재였다면 그렇게 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 본 연구는 이와 같은 물음을 해명하기 위하여 상대(商代)와 주대(周代)의 갑골문과 금문 및 후대 문헌 자료를 검토하였다. 중국 고대 자료를 통해서 드러난 노인은 신체적으로 허약하며 정신적으로도 쇠락의 길을 걷는 존재이지만, 사회적으로는 매우 높은 권위를 지니고 있었다. 무엇보다 중국 고대 노인은 타인을 다스리고 가르치는 존재로 묘사되고 있었다. 노인에 대한 사회적인 대우도 단지 보호나 부양의 수준을 넘어서 공경과 순종을 기반으로 제공되었다. 본 연구는 중국 고대 노인의 사회적 권위가 높았던 배경을 세 가지로 정리하였다. 첫째, 중국 고대는 연령주의 사회였다. 연장자 중심의 연령주의는 노인의 사회적 권위를 제고하였다. 둘째, 조상숭배는 노인의 권위 형성에 영향을 미친 또 하나의 요인이었다. 조상숭배를 통해서 얻은 장수로 말미암아 노인은 조상의 후광을 받은 존재로 인식되었다. 셋째, 노인의 권위는 오래된 것(古)을 중시하는 중국 고대사회의 분위기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었다. 노인과 오래된 것은 모든 것을 소멸로 이끄는 시간의 벽을 뚫고 살아남았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유사점을 공유한다. 최근 종교학에서도 노화, 노년, 노인 등의 개념을 분석 범주로 채택하는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본고가 이와 같은 연구 경향에 일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