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중국에는 왕이나 황제가 일정한 나이에 이른 선별된 노인들에게 구장을 하사하는 관행이 있었는데, 이를 왕장제(王杖制)라고 한다. 그런데 왜 하필 지팡이를 하사했으며, 또 왜 하필 비둘기 형상으로 장단을 장식했던 것이었을까? 본문은 이 질문에 대하여 답하고자 한다. 먼저 지팡이를 하사하는 이유에 답하기 위하여 여러 고대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지팡이의 상징들을 살펴보았는데, 지팡이의 가장 뚜렷한 상징적 의미는 ‘권위’로서, 한어(漢語)로는 ‘권장(權杖)’이라는 말로 개괄한다. 전사(前史) 시대 중국의 여러 곳에서도 다양한 장두식과 권장들이 발굴되었는데, 그 중 비둘기 모양의 장두식은 다수를 점한다. 다만 특정한 권위를 의미했던 권장이 곧바로 왕장의 전신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감숙성의 무위(武威) 일대에서 왕장과 관련된 한간(漢簡)들이 출토되면서 한대 왕장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며, 진한 시대의 다른 죽간들 및 전세(傳世) 문헌의 관련 내용들과의 비교 연구를 통하여 왕장제의 윤곽이 점차 드러났다. 즉, 그것은 황제가 일정한 나이에 도달한 노인들에게 왕장, 즉 구장을 하사함으로써, 노인들에게 법적, 경제적인 특권을 보장해주는 노인 우대와 경로사상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한 초기부터 시행되었던 복지정책의 범위에 고아와 더불어 노동력을 상실했던 노인층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한대의 왕장제에서 복지와 경로의 의미를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황제가 하사하는 왕장의 장단에 비둘기가 조각되는 것에 대하여한대에 몇 가지 설들이 있었으나, 왕장제에 대하여 가장 완비된 형태로 기록했던 《후한서》〈예의지〉는 장단을 비둘기로 장식하는 이유에 대하여 비둘기가 목이 메지 않는 새이니, 노인들이 목이 메지 않기를 바라는 뜻이라는 설을 채택하였다. 황제가 하사하는 구장은 2미터를 전후하는 지나치게 긴 길이에 장단에는 반드시 비둘기가 조각되어 있는 것으로서, 실용적인 지팡이라기보다는 황제의 권위 그 자체였다. 비둘기 조각에는 점차 유가적 맥락에서 효성과 경로의 의미가 부여되었으며, 결국 구장은 중국 문화 속에서 덕과 지혜를 갖춘 노인의 표상이 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