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밝은 방〉에 실린 반데르지의 〈가족인물사진〉을 중심으로 한 장의 사진읽기에 대한 다층적인 글쓰기의 함의를 살펴본 것이다. 연구자는 반데르지의 사진과 텍스트로만 볼 때, 그 감정의 차이에 대한 구체적인 독해가 어렵다는 것을 경험하고, 해석학적 방법으로 바르트의 전(全) 저술에 나타난 자전적 텍스트를 관련시켜 글쓰기의 차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해하고자 한 것이다. 반데르지의 〈가족인물사진〉은 우선, 스투디움과 푼크툼이 공존한다는 전제하에 사진에 대한 감정의 차이를 복수적으로 보여준 모범적 사례이다. 바르트는 반데르지 사진을 보고, 스투디움(studium)에서 자아 주관성에 따른 모호한 푼크툼(punctum)으로, 그다음에 절대적 주관성 차원에서 진정한 푼크툼(vrai punctum)을 발견해 나가는 글쓰기의 이행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한 장의 사진에 대한 감정과 사진 읽기는 흑인의 가족과 바르트 자신의 가족을 연결시키는 전기적인(autobiographical) 특성을 보여준다. 스투디움은 사진가의 의도된 연출 혹은 지배적인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과 동시에 바르트 자신의 가족인 중산층 계층의 허구적 욕망과 관련시켜 반데르지 가족사진에 대한 동정과 같은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세부요소에 대한 감정인 푼크툼은 ‘흑인유모의 끈 달린 구두’와 ‘목걸이’를 통해 바르트 자신이 유년기 시절을 보낸 바욘 지방의 역사적 기억을 환기한다. 그리고 그는 보다 심층적으로 고모의 삶에 대한 외로움과 사랑을 발견하는 환유적 확장으로 나아간다. 더 나아가 가려진 시야로서 푼크툼은 바르트에게 사진의 프레임 바깥에 있는 흑인여인의 현실과 전체적인 삶을 상상하도록 이끈다. 결국 바르트의 사진 읽기와 글쓰기는 환유적 확장을 통해 무한히 이동하는 글쓰기의 과정을 보여준다. 바르트가 궁극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사진의 지표(index)가 주는 ‘그것이 존재했다’는 존재의 확실함을 기반으로 인종과 젠더를 넘어서는 새로운 공동체의 윤리적 관계를 암시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한 장의 사진에 대한 바르트의 사진읽기와 글쓰기는 아직 논의가 되지 않은 그의 사진 자서전의 프로젝트(photobiographical project)에 대한 성찰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으며, 독자들이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자전적인 사진글쓰기에 대한 장르의 초석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