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은 인간의 평등과 자기결정권 존중을 근간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정신장애, 발달장애, 치매가 있는 성인(정신적 장애인)의 치료, 돌봄, 요양의 목적으로 자유를 박탈하여 병원이나 시설에 감금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족이나 후견인에게 부여하는 전근대적인 제도를 유지해 왔다. 정신건강복지법, 장애인복지법, 노인복지법에서도 이를 반영하여 의사,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치료 또는 돌봄의 목적으로 가족 없는 사람의 자유를 박탈하여 병원이나 시설에 감금하는 권한을 부여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하면서 이들 정신적 장애인의 치료와 돌봄의 목적으로 자유를 박탈하는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인권침해이자, 장애인권리협약의 국가의무를 위반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 논문은 가족 또는 후견인에게 정신적 장애가 있는 다른 가족 또는 피후견인의 치료와 돌봄의 목적으로 자유를 박탈할 수 있는 전근대적인 권한인 민법 제947조의2 제2항을 삭제함으로써, 민법의 일반원칙으로 자기결정권 존중의 정신을 치료와 돌봄의 영역에도 동일하게 적용하여, 사회보장의 영역에서 본인의 동의 없는 치료와 돌봄을 금지하도록 할 것을 제시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신적 장애인의 자유박탈에 관한 국제인권법의 발전과정을 검토한 뒤, 그 결정체인 장애인권리협약의 논리구조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장애를 이유로 한 비자의입원, 비자의입소, 비자의치료는 모두 장애인 인권을 침해하는 것임을 확인하였다. 응급치료와 응급입원을 제외한 모든 치료와 돌봄은 본인의 동의 하에 제공되어야 하고, 장애인이 동의능력이 없는 경우 그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절차를 거쳐 치료와 돌봄을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 장애인권리협약이 상정하는 치료와 돌봄임을 확인하였다. 이에 근거하여 이 논문은 민법 제947조의2 제2항을 삭제하여야 할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이 규정의 삭제는 정신건강복지법, 의료법,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등에도 민법의 일반원칙을 구체화할 수 있는 규정 신설과 긴밀히 연계되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