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대표권 남용의 사법적 효력과 관련하여, 1987년의 판결에서는 “협의의 권리남용설”에 입각하여 상대방이 ‘악의’인 때에만 그 거래행위가 무효로 된다고 하였는데, 1988년 이후에는 “비진의표시설”로 입장을 변경하면서 상대방의 ‘악의’ 또는 ‘과실’이 있어도 거래행위의 효력이 부정된다고 하였다. 하지만 최근 2016년의 판결에서는 다시 “협의의 권리남용설”의 입장으로 회귀하여 상대방에게 ‘악의’가 있는 때에만 거래행위가 무효로 된다고 하였다. 그런데 1987년 및 2016년 판결의 하급심에서는 대법원과 달리 상대방의 ‘악의’ 또는 ‘중과실’을 요건으로 하는 “광의의 권리남용설”을 취하였다. 이처럼 하급심 법원은 물론이고 대법원에서도 대표권 남용의 사법적 효력에 관한 입장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오히려 여러 근거를 혼용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선의인 상대방에게 중과실 또는 경과실이 있는 때에는 그 보호범위가 다르게 되어 판결의 모순ㆍ저촉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법원에서 근거로 하는 ‘비진의표시설’ 및 ‘협의의 권리남용설’의 경우, 대표권 남용 사실에 대하여 악의인 상대방은 보호되지 않는 점에서 동일한 결론에 이르지만, 상대방이 선의인 경우에는 그 보호범위가 다르게 된다. 즉 ‘비진의표시설’에 의하면 상대방은 중과실은 물론이고 경과실이 있는 때에도 그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근거로 하는 ‘협의의 권리남용설’ 및 하급심에서 예외적으로 취하는 ‘광의의 권리남용설’에 의하면, 각각 다른 결론에 이르게 된다. 즉 선의인 상대방에게 과실이 없거나 경과실이 있는 때에는 어느 입장에 의하더라도 이들은 보호된다. 그러나 선의인 상대방에게 중과실이 있는 때에는, ‘협의의 권리남용설’에 의하면 보호되지만, ‘광의의 권리남용설’에 의하면 보호되지 않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와 같이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대표권 남용 사실에 대하여 선의인 상대방의 과실 정도에 따라서 그 거래행위의 사법적 효력이 상이하게 되어 상대방의 보호범위에 차이가 있게 되고, 더 나아가 하급심 판결에서도 통일적 기준이 없이 서로 다른 입장에서 판시함으로써, 판결의 통일성이 저해되고 법적 안정성이 훼손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대법원에서는 대표권 남용 사실에 대한 상대방의 인식 정도에 관하여 명확한 입장과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판결의 혼란을 방지하고 예측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본 논문에서는 다음의 세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였다. 첫째, 대표이사의 대표권 남용에 관한 ‘학설의 근거’와 구체적 내용을 검토하면서, 민법상 비영리법인에서의 대표권 남용과의 차이점에 관하여 분석하였다. 둘째, 대표권 남용의 사법적 효력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그 논거의 유형에 따라 분류한 후, 개별 논거의 본질과 내용을 파악하고 각각의 문제점을 분석하였다. 셋째, 대표권 남용에 관한 학설 및 판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어떠한 입장이 대표권 남용의 효력에 관한 취지를 반영한 ‘합리적 기준’으로서 타당한지를 살펴보았다. 이를 통하여 회사와 상대방 사이의 이익형량 및 ‘이해관계의 조정’ 측면에서, 대표권 남용의 효력요건으로서 그 남용 사실에 대한 상대방의 인식 정도와 관련하여 타당하고 합리적인 논거를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