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방」은 변신이라는 모티브를 통해 카프카의 「변신」과, 사물의 반란이라는 모티브를 통해 사르트르의 『구토』와 연결된다. 이 연구의 목적은 「타인의 방」이 두 현대문학의 고전에서 유래한 모티브의 결합을 통해 구성되었음을 밝히고 그 결합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를 해명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우선 카프카의 작품에서 주인공의 벌레로의 변신과 사르트르의 작품에서 저항하는 사물이 촉발하는 구토증의 의미를 분석하고, 최인호가 이 두 모티브를 어떻게 수용하여 통합하였는가라는 관점에서 「타인의 방」을 분석한다. 이 세 작품은 단순히 모티브의 피상적인 유사성을 넘어서, 더 깊은 차원의 문제의식 속에서 서로 이어져 있다. 가장 핵심적인 것은 20세기에 이르러 인간 존재와 삶이 무의미해졌다는 위기의식, 실존주의자들이 말한 부조리에 대한 의식인데, 카프카의 「변신」이 무의미함에 직면하여서도 그러한 삶 속에서 버티며 어떤 의미를 추구하다 좌절하는 주인공을 통해 현대의 비극, 소외의 비극을 이야기한다면, 사르트르의 『구토』에서 핵심적인 문제는 존재의 무의미함을 직시하고 긍정함으로써 새로운 자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일이다. 『구토』의 주인공 로캉탱에게는 사물의 존재가 무근거하다는 통찰이 자아의 무근거함을 인식하게 해주고, 결국 이러한 인식이 삶의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다. 사물의 반란에 직면하여 공포감을 느끼던 주인공이 소외된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 사물들의 축제와 같은 놀이 속에 빠져드는 「타인의 방」은 로캉탱이 걸어간 노선을 훨씬 더 극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그러한 새로운 자각과 해방의 과정은 ‘그’의 변신을 죽은 것, 경직된 것으로의 전락으로 보는 부정적인 관점을 통해 흐려진다. 이 소설은 ‘그’의 사물화와 죽음으로 끝남으로써 카프카의 「변신」을 연상시키면서 ‘소외의 비극’이 된다. 부활이자 죽음으로 이야기되는 소설의 결말은 작가 자신이 문학적,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어두운 현실에서 탈주하는 길을 택하면서도, 그 탈주의 비현실성을 스스로 의식할 수밖에 없는 데서 나온 애매한 결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