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문학은 현실사회와는 다른 이상사회의 특징을 단순히 백과사전식으로 나열하는 관광 안내문이나 개인적 경험을 담아내는 여행기가 아니라, 유토피아 사회(상)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안내 관광’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문학 장르이다. 유토피아 문학에서 방문자와 안내자가 주고받는 대화는 상호작용하면서 변증법적으로 유토피아 사회(상)을 검토하는 산파술적 ‘소크라테스식 대화’로 구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유토피아 문학작품 속에서 유토피아를 방문하는 자가 누구이며, 이 외부의 방문자에게 유토피아의 내부를 안내하는 자가 누구인지, 또한 방문자와 안내자로서 이들은 어떤 관계를 맺게 되는지 파악하는 것은 작품을 읽어내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분석틀이다. 이 글은 마지 피어시의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에서 여성 방문자 코니와 여성 안내자 루시엔테가 맺는 관계를 기존 남성 작가의 유토피아 문학에서 남성 방문자와 남성 안내자가 맺는 관계와 비교하고, 그 특징으로 필연성과 미종결성 그리고 실천성으로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이 글은 코니와 루시엔테의 만남과 접속이 첫째, 우연이 아닌 필연이고 둘째, 일회성으로 종결되는 것이 아닌 복수적 접속으로 진행되며, 셋째, 적극적인 개입과 저항을 요구한다는 점에 주목하여, 피어시의 작품에서 상상되고 추동되는 페미니스트 유토피아(상)은 기존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균열을 만듦으로써 여성 억압의 현실을 변화시키는 대안적 가치이자 저항적 실천 그리고 연대의 가능성으로 제시되고 있음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