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봉준호 영화 〈기생충〉의 영화 재현 형식과 전략을 살피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그 결과 봉준호는 서브텍스트로서의 한국적 정체성과 국가적 알레고리를 통해 영화 주제와 정서에 기여하면서 글로벌리즘과 로컬리즘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봉준호는 장르영화의 관습 속에 서브텍스트로서의 상징과 국가적 알레고리를 심어놓아 왔다. 감독은 그것을 통해 그의 현실주의 영화의 주제를 드러내고 현대 사회의 구조적 갈등을 표출해왔다. 이것은 또한 감독의 정치적 무의식을 드러내는 재현방식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영화 〈기생충〉에서 메인플롯을 둘러싼 메인텍스트가 블랙코미디와 스릴러를 섞어놓은 듯한 장르물로 글로벌리즘의 빈부 계급 문제를 전면화했다면 서브텍스트에서 감독은 가장 한국다운 것, 한국적인 것으로서의 로컬리즘을 전면화하고 있다. 한국만의 먹거리, 과외문화, 라이프스타일과 사회의식, 일본과의 외교문제와 북한의 핵 문제까지. 동아시아 한국이란 국가,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안에 깃든 사고와 풍습을 에피소드, 대사를 통해 재현해낸다. 이렇듯 봉준호 영화에서 대사 이면의 감정의 문제, 생각, 동기가 서브텍스트로 상징화되고 기법으로서 알레고리화되면서 영화적 주제는 심화된다. 이것이 봉준호 감독이 영화에 ‘정서’와 ‘감정’을 집어넣는 방식이며 주제를 외면화하는 방식이다.
보편성으로서의 글로벌리즘과 개별성·다양성으로서의 로컬리즘의 상징적 조합이 봉준호 영화의 새로운 리얼리즘, 흥미로운 현실주의 영화를 만들어낸 전략이다. 이것이야말로 리얼리즘과 탈리얼리즘(상징과 알레고리) 사이의 간극을 넘어 대중성과 예술영화미학에 동시에 접근하는 새로운 미학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