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형법 개정으로 강간죄 등에 대한 친고죄 규정이 폐지된 이후 최근에는 형법 개정으로 준강간죄 등에 대한 예비·음모행위도 처벌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처럼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려는 범죄들을 둘러싼 형사법 규정과 대법원 판례의 급격한 변화는 준강간죄를 포함하여 강간과 추행의 죄에 대한 새로운 쟁점들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고 있다.
준강간죄의 경우 강간죄 등과 달리 이미 유발되어 있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예비‧음모죄의 성립 판단에 있어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즉 실행의 착수시점이 준강간죄의 경우 강간죄 등과 동일하게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예비‧음모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히거나 좁힐 경우 무분별한 처벌의 확장이나 제305조의 신설 취지가 몰각될 우려가 있다. 이 점에서 필자는 새롭게 도입된 준강간죄의 예비‧음모 중 예비 부분에 맞춰 그 성립범위를 합리적으로 해석하는 시도해 보았다.
가벌적 예비행위는 행위반가치만으로 처벌되는 예외적 현상이기 때문에 법익의 중대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성립 여부가 판단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대법원의 논리를 종합해보면 준강간죄에 있어서 예비행위란 객관적으로 보아서 기본범죄의 실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외적 행위는 있어야 하나,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개시되지 않았으면서, 간음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행동(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는 행위)을 시작하기 이전의 준비행위라고 보아야 한다.
비교적 고의판단이 용이하거나 계획성이 충분한 구성요건들을 토대로 한 현재의 예비죄 판단 기준만으로는 준강간죄의 경우 정밀한 판단이 용이하지 않다. 예비행위의 무정형성·확장성으로 인해 무해한 행동한 위험한 행동 사이에 명확한 경계선을 긋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다 구체화된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향후 규범의 모순과 평가의 모순을 피하면서 준강간죄의 예비 판단에 있어 보다 정밀한 판단척도의 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다. 예비죄 조문의 신설로 결코 법원에 의한 법형성이 있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