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은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기존 판례를 변경하고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선회하였다. 종래 대법원은 부동산 물권변동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신탁자의 소유권이 박탈되는 것은 아니라는 논거로 신탁자에 대한 횡령죄를 인정하고 있었다.
양자간 명의신탁에 대한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중간생략명의신탁에 대하여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한 순간부터 예견되었다고 할 수 있다. 논리적으로는 이번 판결이 이전 판결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결론의 일관성도 유지되었다고 할 수 있다. “부동산실명법 위반 → 원인행위 무효 →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관계 부정 → 불법적인 사실상 위탁관계 존재 → 횡령죄 불성립”이라는 논리가 관철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 더 심도 있게 들여다보면 새로운 관점에서의 접근이 가능하다. 우선 명의신탁에서 수탁자의 횡령죄 성부 판단은 재물의 타인성 판단에 더하여 신임관계에 기한 위탁관계에 의한 보관자의 지위가 인정되는지 여부가 판단되어야 한다. 양자는 별개의 구성요건요소이다.
그리고 양자간 명의신탁에서 수탁자에게 횡령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는 이유는 일률적으로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신임관계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원인행위가 무효 또는 취소가 되어 발생하는 사실상의 위탁관계가 불법적인 관계인지에 대한 판단에 있어 원인행위의 불법성‧무효성이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모든 명의신탁에서 사실상의 위탁관계를 부정하는 것은 명의신탁이라는 이유로 모두 탈법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신임관계에 기한 사실상의 위탁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무효 또는 취소인 원인행위의 반사회성·반윤리성을 개별적 사안에 따라 구분하여 규범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즉 횡령죄에서의 위탁관계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로 족하며, 위탁관계의 원인행위가 무효 또는 취소가 된 원인에 따라 사실상의 위탁관계의 존재 여부가 달라지며, 양자간 명의신탁도 이러한 관점에서 판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