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범은 독일 형법이론의 영향 아래에서, 그 동안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수개의 행위로 수개의 범죄구성요건을 충족시킨 사례에서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는 포괄일죄로 인정할 수 있다는 연속범 개념에 대한 설명이 적극적인 논증 없이 통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4년 독일 연방대법원 형사합의부가 연속범의 존립기반을 사실상 무력화시켜 버린 이후, 연속범을 부정하는 주장이 한국의 학계에서도 제기되었다. 이 글은 독일의 논쟁을 그대로 재현하는 형태로 진행되어 온 전선에서 어느 한쪽 진영에 가담하기 위한 목적이나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한국의 법현실에서 그 동안의 연속범 관련 논의가 간과하고 있었던 공통 전제와 결론에 따른 한계를 드러내 보이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연속범이론과 그 반대쪽은 모두 연속범을 일죄로 인정하게 되면 소송경제적 이익이 발생하고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이 가능하다고 해 왔다. 다만 그러한 효과의 찬반에 대해서만 다툼이 벌어져 왔을 뿐이다. 하지만 소송경제의 이익이라는 논거의 실체는 형사법의 대원칙에 우선할 수 없는 실무의 편의성일 뿐이고, 연속범을 포괄일죄로 구성한다고 하여 필연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결과도 아니며, 일죄 인정을 통해 추구할 만한 목표도 아니다.
한국의 형사특별법에서는 특정한 범죄로 이익을 얻거나 개인이나 국가 등에 손해를 끼친 경우에 그 가액을 기준으로 가중처벌되는 조항들을 1960년대부터 갖추고 있었다. 위 처벌조항을 적용함에 있어서 연속범이론이나 판례에 의해 포괄일죄를 인정하는 결론으로 나아가는 경우에는, 개개의 행위에 의해 실현된 결과불법이 누적되어 위 법률 또는 양형기준에 의한 무겁게 처벌된다. 연속범이론의 핵심적 추동력은 ‘일죄 인정에 의한 처벌의 완화’로 설명되어 왔는데, 정반대의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해서도 자신들이 내세웠던 성립요건을 적용하여 가중적 일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분명한 입장과 성립요건을 정립해야 한다.
연속범이론에 반대하는 견해에 따르면 가중적 일죄 사안 역시 포괄일죄의 일반적 판단기준에 따를 수밖에 없는 한계가 노정된다. 장기간에 걸친 정기적 뇌물수수사례나 대규모의 사기사건 등과 같은 경우에 대해서는 접속범의 시간적·장소적 근접성 기준을 충족하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수죄로서 경합범 처벌에 의하게 되면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히는 사안에 대해서도 가중적 일죄의 입법취지나 양형취지를 몰각시키는 심각한 형벌 불균형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판례는 죄수와 양형의 일반원칙에서 이탈하는 불확실하고 자의적인 결론을 배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 어느 해석론에 의하더라도 가중적 일죄의 타당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입법론인 대안을 제시해 보자면, 오스트리아 「형법」 제29조의 합산원칙과 같이 “가치 또는 손해액의 합계를 기준으로 처벌한다”는 새로운 과형상 일죄를 명문화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실체법상 수죄이지만 하나의 형을 선고하는 입법적인 결단을 통해, 그 동안의 연속범이론과 판례와 같이 실체법상 일죄인 포괄일죄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초래되어 왔던 이론적 체계 정합성이나 법적 안정성으로부터의 이탈을 최소화하면서 책임원칙에 부합하는 결론을 무리 없이 이끌어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