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565조 제1항은 계약금에 관하여 해제권이 유보되는 해약금으로서의 법적 효과를 부여한다. 민법학계의 다수견해와 대법원은 계약금의 교부는 주된 계약과 별도의 ‘독립적’이고 ‘종된’ ‘계약금계약’의 체결로 의제하고, 이를 ‘요물계약’으로 파악한다. 이에 따르면 계약금이 전혀 지급되지 않거나 일부 지급된 경우, 계약금계약은 성립하지 못하므로 해약금 해제는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경우 대법원은 2008년과 2015년 추가적 조건이나 가정적 조건을 제시하면서 계약의 해제 가능성을 나타냈다. 이것은 낙성계약설에 유사한 결론으로 계약금계약을 요물계약으로 본 일반적 태도와 달라 학설 다툼을 증폭시켰다.
계약금 교부에 관한 서구의 민법 역사나 입법례에서 이를 주된 계약과 독립된 계약금계약으로 의제하거나 요물계약으로 파악하는 예는 발견할 수 없다. 주로 보증금이나 증약금으로 기능하였고, 당사자의 특약을 전제로 해약금이 될 뿐이었다. 그런데 일본민법이 전례 없이 특약을 전제로 하지 않은 해약금으로 일반화하여 규정하였고, 우리민법이 이를 수용하였다. 이에 대하여 일본학계와 판례는 이것이 계약준수원칙에 반하고 낙성계약의 구속력을 약화시킨다는 약점을 발견하고, 계약금을 선급금으로 파악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계약금을 대금의 일부로 보면, 그 교부가 이행의 착수가 되어 해약금 추정규정의 적용 여지가 없어진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에 따라 계약금을 대금의 일부가 아닌 독립적인 ‘계약금계약’으로 의제하여 이를 ‘요물계약’으로 파악하게 된 것이다.
생각건대 계약금이 해약금으로 추정되는 법적 효력은 민법 제565조 제1항의 적용에 따른 것인데, 이 규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계약금의 교부가 전제되어야 하므로, 해제권의 행사를 배제하는 이행의 착수는 계약금 교부 후에 이루어지는 것만을 포함한다고 해석해야 논리적이다. 실제로 당사자가 계약금을 수수하면서 주된 계약과 별도로 ‘계약금계약’을 체결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매매대금을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분할하여 지급한다는 정도의 의사를 가질 것이다. 다만 계약금이 대금 중에서 가장 먼저 지급되므로, 해약금 외에 증약금 또는 별도의 약정에 의한 위약금의 기능도 할 수 있다. 민법 제565조 제1항에 따르더라도 해약금 추정의 효력은 ‘계약금’이 ‘교부’되면 족하고, ‘계약금계약’을 별도로 체결해야 한다는 근거는 없다. 나아가 계약금은 ‘전부’ 교부되는 것이 전제되므로 일부 교부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위 2008년과 2015년 대법원 판결은 논리적이지도 않고 민법 규정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더욱이 계약금이 교부된 경우 매매계약의 전부 이행으로 목적이 달성되면 계약금계약의 효력 상실로 이미 받은 계약금을 반환했다가 다시 대금으로 지급하는 절차를 거치며, 이를 생략하여 계약금을 매매대금에 충당한다는 다수설의 해석 역시 비현실적이다. 계약금을 대금의 일부 지급으로 해석하면 요물계약설이나 낙성계약설의 논쟁은 더 이상 불필요하다. 그것이 현실 거래나 당사자의 의사에 부합하며, 제565조의 해약금 추정규정과도 양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