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오에 겐자부로의 ‘근미래 SF’ 『치료탑』(1990)과 속편 『치료탑 혹성』(1991)을 대상으로 하여, 선행연구에서 간과하고 있는 ‘치료탑 혹성’의 의미와 ‘세계종교’와 ‘새로운 사람’에 초점을 맞추어, 오에가 두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에 대해 고찰한다. 소설에서 히로시마의 원폭 돔을 ‘치료탑’으로 인식하는 사쿠를 통해 ‘치료탑 혹성’은 ‘새로운 지구’이자 핵시대를 맞이한 지구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때 메타포로서의 ‘치료탑’과 ‘치료탑 혹성’이 공통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장소는 히로시마로, 히로시마야말로 오에의 핵시대의 상상력의 근원적인 출발점이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히로시마의 평화공원을 점거한 원폭난민의 성명문, 아마존세계대전의 선전포고문, ‘세계종교’에 대한 하나와의 포부는 미국의 핵우산 아래 대외적으로는 반핵 의지를 표방하고 있는 일본정부가 아닌, 원폭 돔의 의미를 재확인하고 히로시마의 피폭자들의 입장에서 핵시대의 일본의 나아갈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오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 ‘세계종교’와 ‘새로운 사람’은 대립과 분열로 점철된 미래세계를 화해와 통합으로 이끌어줄 희망의 메타포로 기능하고 있다. 『치료탑』과 『치료탑 혹성』은 미군의 핵우산 아래 비핵 3원칙과 반핵 의지를 표방하는 일본정부의 모순된 태도와 일본의 반핵운동의 현실에 대한 비판과 함께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서 핵시대의 묵시록적 상황을 변화시킬 ‘새로운 사람’의 출현을 희구하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