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 한국 영화에서 라면의 역할은 그 이전에 비해 크게 증대되었다. 가난이라는 기호로 통용되던 라면은 영화적 상황에 맞게 개별적 기호를 지니게 되었다. 영화적 기호로서 라면은 어떤 경우에는 연애의 시작이자 끝으로, 다른 경우에는 복수의 개시이자 실패로, 또 다른 경우에는 부가 아닌 인간의 부재로, 심지어는 희망이자 미래적 대안으로 간주된다. 주목되는 바는 이러한 라면의 역할이 하나의 기능과 의미로 수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마다 라면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으며, 이러한 개성적 시각은 영화 서사를 추동하는 새로운 모티프로 작용한다. 이러한 라면의 달라진 효과는 세상을 바라보는 개성화된 시각의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