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이후 지난 76년간의 한일관계는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법적 책임의 부정’과 한국의 ‘일본측 사과의 부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은 일본이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일본은 과거의 불행한 일에 대해 이미 사과하였고 금전적인 보상 문제도 다루어왔으나 한국이 일본의 사과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왜 한일 간 사과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나타나는가? 본 연구는 텍스트 네트워크 분석을 접목한 인정-부정 개념을 적용하여 무라야마 담화, 고이즈미 담화, 아베 담화를 분석한다. 일본측이 제시한 사과는 무라야마 담화를 통해 사실・존재의 확인을 넘어 신뢰를 중시하는 정신・가치의 존중의 인정으로까지 진전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고노 담화에 대한 재검증이 요구되면서 법적・권리의 부정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고이즈미 담화는 사과와 반성의 표현은 담으면서도 전후 세대와 일본의 국제적 역할을 강조하기 시작하면서 정신・가치의 인정의 의미가 축소되기 시작했다. 아베 담화는 식민지배와 사과와 반성에 대한 표현의 직접적 수용을 거부하고, 대상을 불분명하게 처리하고, 역사적 계승의 방법을 달리함으로써 무라야마 담화와는 상당히 다른 인정의 차원에 위치하고 있다. 여전히 식민지배의 불법성 논의와 과거사에 대한 구체적 사실 인정은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무라야마 담화가 제시했던 미래세대가 기억하게 하는 정신・가치적 차원의 인정을 다시 한번 되살리고 한국은 이러한 일본의 노력을 인정해주면서 한일 상호 인정 수준으로 높임으로써 한일 상호 부정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