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재 허전은 근기실학파의 학통을 계승하여 조선후기 근기 실학을 주도한 인물이다. 『수전록』은 허전이 65세 되던 1861년에 완성된 백과전서적 성격의 저술이다. 『수전록』은 문집에 수록되지 않은 채 필사본으로 전해졌는데, 국내에 4종의 필사본이 확인된다. 『수전록』에는 당대 정치적 현실을 비롯하여 사대부 문화에 대한 다양한 관심과 해박한 식견이 반영되어 있고, 사회·경제제도 개혁론과 아울러 당시 유입되던 서양에 관한 정보나 신문물에 대한 자세한 언급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지리와 법제의 영역 외에 서구의 종교와 사상, 무기와 장비, 기계 등의 광범한 서학 지식을 수용하고 있어 주목을 요한다.
허전의 서학 인식은 『수전록』을 통해 확인된다. 그는 조선에 유입된 다수의 한역서학서를 섭렵했으며, 국내외 문헌을 참고하여 서양의 종교, 교육제도, 풍속, 과학기술 등 서양 지식을 선별적으로 수용, 재배치하여 『수전록』을 완성했다. 조선에 유입된 서학 가운데 이익을 비롯한 이전 세대의 경우 천주교로 대변되는 서양의 종교와 과학기술이 주요 사안이었다면, 허전의 경우에는 국방 강화가 새로운 관심 사안으로 떠올랐다. 이는 당시 서구 열강이 아시아를 침략하여 식민지 쟁탈을 겨루던 시대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으며, 이러한 현실에서 발현된 저자의 위기의식이 저술에 투영되었다.
『수전록』은 성호학의 학통을 이어받은 근기실학파 문인으로서의 허전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저술이다. 또한 19세기말 근기실학파 문인의 서학에 대한 인식과 수용을 살필 수 있는 저술인 동시에, 조선시대 서학의 유입과 전파 양상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저술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