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은 개인적 위험이면서도 사람 간 전파에 의하여 감염되는 사회적 위험의 속성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본 연구는 위험의 심리측정모형과 사회적 표상이론을 결합하여 감염병의 사회적 표상이 위험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조사하고자 한다. 2019년 11월에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메르스의 사회적 표상과 위험인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첫째, 타자화는 위험인식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반면, 감염확산 가능성, 감염관리 불가능, 두려움에 대한 인식을 증가시켜 간접적으로 위험인식을 증가시켰다. 둘째, 음모론은 위험인식을 감소시킨 반면, 감염확산 가능성과 감염관리 불가능에 대한 인식을 증가시켜 간접적으로 위험인식을 증가시켰다. 본 연구의 분석결과를 종합해 보면, 음모론 표상의 직접효과 외에는 사회적 표상은 낙관편향을 초래하기 보다는 오히려 위험인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하여 사회적 표상은 위험인식의 원인이면서 동시에 원인의 원인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감염병 위험인식을 단지 개인적 차원의 막연한 두려움 또는 무지에 의한 것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에 스며든 사회적 표상의 영향도 함께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