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한 사회에서 생활하면서 위험 상황에 직면했을 때 누구나 불안한 심리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위험을 통해 나타나는 인간의 반복적인 심리상태는 그들 자아와 정체성을 스스로 기획하게 유도한다. 위험에 대한 불안은 신체적, 정신적 상태에 대한 스스로의 인식 속에서 시작되며, 그 구체적 위험 상황에 대한 인지는 현재 상태에 대한 경험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과거 집합기억을 통해 공동체 내 타인과의 관계에서 함께 나타나는 습관적 인식 속에서 위험의 감정적 수용 과정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회구성원들은 과거 전쟁, 산업화, 민주화 과정에 대한 집합기억의 세대 간 분절화 현상이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여 위험에 대한 집합기억의 탈분절화 현상으로 전이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다양한 바이러스의 확대, 경제 위기 등의 위험에 대한 동시대적 집합기억에 기반을 둔 불안을 경험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인간 감정을 연구하는 것은 위험과 안전에 대한 연구의 근본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제 안전에 대한 인간의 감정적 수용 과정은 안전문화에 대한 신뢰 속에서 연구되어야 한다. 그리고 안전문화를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과학기술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 과학기술의 건전한 활용을 위한 인간 사이의 신뢰 관계는 곧 한 사회의 시민역량에 의해 그 수준이 결정된다. 이처럼 인간의 안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연구는 인간의 감정, 불안, 기억, 위험, 안전, 건강 등 인간의 실존적 문제와 함께 복합적으로 연구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