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2019년 11월 잊힐 권리 I, II 결정을 통해서 EU법 집행 시 기본권보장에 관한 구조적인 변화를 시도하였다. 연방헌법재판소는 먼저 기존에 독일 기본권과 EU 기본권을 엄격하게 구별하고 EU 기보권 보장에 소극적이던 자세를 전환하여, EU법 집행 시 발생하는 기본권 침해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연방헌법재판소가 EU법 집행 시 발생하는 기본권 침해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는, EU 체제에서 법원과 연합재판소를 통한 기본권보장의 구조적 흠결 때문이다. 다른 한편 연방헌법재판소는 연방헌법 제23조의 통합책임에 따라 EU 통합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하는데, EU 기본권보장에 협력하는 것이 연방헌법재판소가 통합책임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연방헌법재판소는 EU법 집행 시 기본권 침해가 문제 된 경우, 절차적으로 헌법소원심판제도를 통해 적극적으로 기본권보장 사무를 수행할 수 있다. 헌법소원심판제도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기본권에는 독일 기본권뿐만 아니라 EU 기본권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연방헌법재판소가 헌법소원심판을 통해 기본권보장을 수행할 때, EU법의 성격에 따라서 심사기준을 달리 적용한다. 첫째, EU법이 회원국에게 형성재량을 인정한 규범에 대해서는 연방헌법재판소가 독일 기본권을 심사기준으로 적용한다. EU법이 회원국에게 형성재량을 인정한 것은 기본권 측면에서 보면 회원국의 다양한 기본권보장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 기본권을 적용하는 것은 EU 기본권을 공동으로 보장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다만 독일 기본권을 심사기준으로 적용하더라도 EU 기본권보장수준에 미치지 않는다면, EU 기본권을 추가적으로 적용한다. 둘째, EU법이 완전히 통일된 영역에 대해서는 연방헌법재판소가 EU 기본권을 심사기준으로 적용하여 기본권 침해 여부를 판단한다. 이 때 EU 기본권은 연합재판소의 판례를 통해 확인된 명확한 내용에 한정하여 적용한다. 만일 EU법의 통일성 여부나, EU 기본권의 내용이 불명확한 경우에는 연방헌법재판소가 연합재판소에 사전판단을 제청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EU법으로 완전히 통일된 영역에서는 EU 기본권을 심사기준으로, 회원국에게 어느 정도 형성재량이 인정되는 영역에서는 독일 기본권을 심사기준으로 판단한다는 점에서, 연방헌재는 앞으로 EU법 적용과 집행 시 기본권보장과 관련하여 연합재판소에게 판단을 맡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기본권보장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연방헌법재판소의 입장 변화는, EU법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연방헌법재판소가 EU법에 대한 소극적인 대응을 통해서는 EU 내에서 기본권보장의 보루나 수호자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인식과 현실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 이러한 연방헌법재판소의 입장 변화는 연합재판소와 기본권보장에 협력을 증진할 가능성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