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이란 법관이 언제나 부딪치는 문제다. 양형의 전 과정에서 형종의 선택, 법률상 임의적 감경, 작량감경, 구체적 형량결정, 집행유예 여부의 결정 등과 같이 법관의 양형판단이 필요한 결정을 하는 때에는 그때마다 양형인자들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법관의 양형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 선고형을 결정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형법 제51조가 양형의 조건을 제시하고 있으나, 개별 사건에서 양형인자들에 대한 명백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다. 물론 양형기준 시행 이후 양형인자의 질적 구분 및 평가기준을 통해 양형과정이 어느 정도 객관화되었다고 할 수 있으나, 양형과정과 양형심리의 형식화에 대한 우려와 도식적인 양형기준의 한계는 존재한다.
이 글이 대상으로 삼고 있는 정신장애, 즉 법률상 완전책임능력이 인정되었지만 그 정신장애가 범행에 영향을 미친 사안이 그 우려와 한계 내에 위치하고 있다. 정신장애가 의심되는 행위자에 대한 책임능력의 존(存) 내지 부(否) 사이에 책임능력의 양적 차이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말하자면, 심신미약상태를 야기하는 정신장애는 아니라고 해도 그것이 사물변별능력 및 의사결정능력에 영향을 미친 이상 어떻게 양형에서 고려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양형기준은 ‘심신미약(본인 책임 있음/없음)’이라는 양형인자는 있지만, 대상 정신장애와 관련된 양형인자는 없다. 이런 이유로 대상 정신장애 그 자체를 책임감소사유로서, 대상 정신장애와 이에 영향을 받은 범행 동기 및 행위 태양과의 상호 관계를 양형책임의 관점에서 적절하게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양형기준을 통해 양형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으로 정착되었지만, 양형기준의 이러한 한계점으로 인해 처단형에서 선고형에 이르는 양형과정은 여전히 법관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 그런데 문제는 법정형에서 처단형을 결정하는 과정은 객관적인 과정이지만, 처단형에서 선고형을 결정하는 과정은 법관의 재량에 속한다는 점이다. 이때 법관의 주관적 판단은 무제약의 재량에 의한 것은 아니고 양형 및 책임이론의 한계 내에서 제한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 글은 대상 정신장애의 양형관련성을 소묘하고 책임과 예방의 관점에서 이론적 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