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축학계에서는 ‘철근콘크리트로 된 위생적인 도시형 고밀도 공동주택’으로서의 ‘아파트먼트’라는 개념이 우리에게 처음 소개된 것은 1925년이라는 것이 지금까지 통설이었다. 그 근거가 된 것은 일본인이 조직한 조선건축회의 기관지 『조선과 건축』제4집제9호에 실린 기사였다. 그러나 본고에서 『조선과 건축』과 더불어 식민지 조선에서 발행됐던 신문 등을 다시 검토한 바로는 통설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이 대두됐다.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장덕수는 1923년부터 동아일보에 자신의 미국 생활 체험을 담은 「米國 와서」를 연재하고 있었는데, 제41회에 해당하는 1924년 1월 12일자 「米國 와서」에서 그는 미국의 ‘아파-트멘트’를 식민지 조선에 자세히 소개했다. 본고가 조사한 바로는 이 사례가 ‘철근콘크리트로 된 위생적인 도시형 고밀도 공동주택’으로서의 ‘아파트먼트’라는 개념을 소개한 첫 기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일본학(日本學)과 관련된 분야에 대해 타 학계가 논의한 것을 일본학 연구자가 재검토하는 것도 일본학계가 우리학계에 공헌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