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에서는 아쿠타가와의 모친을 둘러싼 인식변화 과정을 들여다보기 위해, 아쿠타가와 만연의 사소설적 작품『다이도지 신스케의 반생(大導寺信輔の半生)』의 단락 「二. 우유(牛乳)」를 중심으로 그 관련성에 대해 고찰하였다. 결론적으로 아쿠타가와는 작품 속 주인공에게 ‘신스케’라는 가명을 붙임으로써 신스케는 곧 자신을 투영하고 있는 유형적 인물로 보아 무방하다. 즉 모친과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단락 「二. 牛乳(우유)」에서 주인공 신스케는 출생 이래 단 한번도 모친의 젖을 수유받지 못한 사실에 대해 기술하며, 이 부분은 태어나면서 단 한 번의 수유를 받지 못한 아쿠타가와 자신의 경험을 중첩함으로써 신스케는 아쿠타가와 자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 속 신스케는 ‘수유의 경험이 한 번도 없다’는 것에 줄곧 신경을 쓰면서 하나의 수치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몸이 약한 것도 우유 탓이라고 확신한다. 더구나 중국 여행 이후 수면제 상용은 그에게 환각 장애를 일으켜 정신이상에 대한 두려움을 더욱 심화시켰다. 그 와중에 광인이었던 생모에 대한 이미지는 더욱 분명해져 갔을 것이며, 광인의 자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던 아쿠타가와의 심리적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난 작품이 바로『다이도지 신스케의 반생』이다.
하지만 아쿠타가와는 『다이도지 신스케의 반생』을 통해 생모에 대해 고백하고 싶었으나 최종적으로 발설하지 못했다. 결국 1926년 작품 『덴키보』서두에서 그때까지 거부해왔던 광인이었던 친모에 대해 ‘우리 어머니는 미치광이었다’ 라고 고백하지만, 『다이도지 신스케의 반생』에서 아쿠타가와는 종래 언급하지 못했던 모성에 대해 비로소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는 바로 이 점에 그의 삶 속에 숨어있었던 모성에 대한 하나의 인식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