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일본 신도의 해신을 동아시아 해양문화의 전개라는 관점으로 조명하여 시대에 따라 민속적 신, 국가적 제사의 제신, 신화의 신, 신사의 제신으로 변용한 모습을 일본의 대표적인 세 가지 해신의 사례를 통해 고찰한 것이다. 일본 해신의 모체문화는 사방으로 흩어진 오․월나라 사람들의 것으로 추정된다. 그들은 어로와 항해를 생업으로 하는 해인 부족으로서 해신을 섬겼는데 왜왕권이 일본을 장악하자 그 정치체제에 들어가 국가적 제사를 맡았다. 나아가 왜왕권이 율령체제를 채택하자 황실과 해신족의 선조가 혈연관계를 가진 일본신화가 창작되었다. 이 시점에서 해신에 대한 제사는 종교가 아니라 정치사상이 되었다. 일본신화 속의 해신은 전국에 건립된 신사의 제신이 되었는데 무사나 민중의 신앙을 받아들여 바다와 관련이 없는 행사가 행해졌다. 이러한 해신의 변용은 중국, 동남아시아, 한반도에서도 겪었을 것이다. ‘일본의 해신’, ‘한국의 해신’과 같은 범주를 탈피해 동아시아의 해양문화의 추적과 재구성의 시도는 흥미로운 연구과제가 될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상호공감대 조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