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철지옥’ 시기에 발표된 『떠도는 류큐인』 및 『멸망해 가는 류큐여인의 수기』는 당시 피폐해진 오키나와를 직접적으로 표현했던 작품이다. 이들 작품은 붕괴된 오키나와의 공동체를 가감 없이 그리고 있는데, 오키나와 반환을 앞둔 1970년에 다시 주목받으며 과거 본토-오키나와 사이의 문제를 돌아보고 다가올 반환 이후를 성찰하고자 촉구한다. 특히 작품을 통해 과거 ‘소철지옥’ 사태로 경험한바 있는 공동체의 붕괴를 다시금 상기시킴으로써, 다가올 반환 이후의 새로운 ‘소철지옥’을 대비한 협동조합의 형성과 지역운동의 활성화가 추동된다. 기지문제 및 환경문제를 외면한 국가적 이벤트로서 진행된 오키나와 반환을 새로운 형태의 ‘소철지옥’의 재현으로 볼 수 있었던 상황 속에서, 일찍이 과거 ‘소철지옥’ 시기를 통해 일본이라는 울타리의 한계를 경험한 시민들은 풀뿌리 지역운동을 기반으로 생활협동조합을 출범시킨다. 생활협동조합은 자발적이며 수평적 구조의 ‘반(班)조직’을 통해 생존을 위한 안전망을 구축하는 기반이 되었고, 이는 ‘소철지옥’ 시기에 구제의 존재로 대상화 된 오키나와 시민들이 스스로를 구한 높은 성취로 평가된다. 반환 이후 오키나와 지역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들에 대응해 온 생활협동조합과 지역운동 조직들은 소외된 지역의 좋은 성장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