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중국과 러시아의 외교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안보 부문의 ‘협의(磋商)’ 범위와 그 목적을 살펴보고, 실제 사례를 분석함으로써 중·러 간 협의가 갖는 특수성을 고찰하고자 한다. 나아가 중‧러 협의가 미‧중‧러 삼각관계 등에 미치는 국제정치학적 함의를 도출한다. 2001년 중·러 양국이 체결한《선린우호협력조약》제9조는 어느 한 측이 위협을 인식하거나 실제로 직면할 경우 즉시 양국 간 협의를 개최해야 한다고 명문화하였다. 외부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중·러의 협의는 중국과 기타 주요국이 주로 양자 간 갈등을 절충하거나 국제문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시행되는 기존 협의와는 본질적인 차별성을 갖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중·러 양국은 전략안보협의와 동북아안보협의, 다자사무협의 등 협의체를 활용해 미국의 일방주의적 행태를 포함한 위협에 대해 양자 간 심도 있는 소통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중·러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더욱 심화되는 상황 속에서, 이러한 협의체를 활용한 중·러의 對美 견제 행보는 더욱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