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종교학에서 역사적 연구를 하는 종교사가들이 직면한 문제를 다룬다. 1980년대 이후 포스트모더니즘 종교학의 흐름 속에서 의미 있는 지적들이 있었다. 그 중 서구 근대의 특수한 역사적 발전에서 생긴 ‘종교’ 개념의 광범위한 적용, 그리고 구성주의적 입장에서 다른 사회문화 영역과 중첩되는 ‘종교’를 반영하는 자료를 해석하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필자는 포스트모더니즘 종교학의 등장 맥락이 적절했다고 보고, 유익한 시사점들에 동의한다. 그러나 종교사와 관련하여 두 가지 관점에서 포스트모더니즘 종교학의 ‘종교’ 개념과 종교 자료에 대한 이해를 비판한다. 첫번째 비판의 준거는 비판적 실재론(Critical Realism)이다. 종교 자료의 실재성을 상정하지 않는 종교 연구가 인식론적 차원에서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밝힌다. 두 번째는 종교사(history of religions)의 관점에서 ‘종교에 해당하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시각에 대하여 반론을 제기한다. 두 가지 준거를 통하여 종교사가 종교학 이론을 위하여 제공하는 종교에 관한 자료가 ‘종교’라는 실재를 반영하고 있다는 전제가 실증적인 종교 연구를 위해서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논지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로이 바스카, 케빈 쉴브라크와 후베르트 자이베르트를 타당성 있는 근거로 삼는다.
비서구 문화권에서 의미론적으로 근대 서구의 ‘종교(religion)’에 상응하는 개념들이 다양하게 존재했다는 최근의 연구들은 ‘종교’ 개념의 교차 문화적 적용에 대한 청신호이다. 끝으로 현대 종교사학에서 자료 분류, 범위와 해석의 문제를 다루면서 종교학 이론과의 연관성에서 종교사를 위치 짓는다. ‘종교사’는 최근 종교학 이론서에 보이지 않는다. 역사적 접근은 종교학 방법론 중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면서도 모순적으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종교학’과의 경쟁 구도 속에서 종교사를 이해하고, 현대 종교학적 관점에서 종교사를 논쟁의 영역으로 끌어오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