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관심은 제주문학과 오키나와문학이 표준어 문학장에 대응하는 양상들을 살펴보려는 데에서 출발하였다. 제주문학과 오키나와문학을 함께 살펴보는 이유는 언어적 위계가 일국적 차원의 특수하고 개별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특히 제주어와 오키나와어는 각각 표준어라는 상징 언어와 다른 독특한 언어체계를 구축해왔다는 점에서 좋은 비교 대상이 되는데, 이를테면 한림화와 사키야마 다미의 작품에서 구현되고 있는 언어의 위계 극복, 언어적 실천 문제가 그것이다. 무엇보다 표준어라는 자명한 세계를 거부하고 이질적인 발화들로 가득한 지역어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는 점에서 두 작가가 공명하는 바가 크다. 두 작가의 작품을 비교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유의미한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즉 누가 말하는가, 누가 기억하는가를 둘러싼 기억투쟁이 ‘제주와 오키나와의 기억투쟁’이었던 점은 분명하나, 제주와 오키나와의 기억투쟁을 (여성)수난사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오히려 국가의 기억이 지니고 있는 폭력성을 지역 안에서 되풀이하는 일이 될 수 있으며,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의 언어를 대상화하지 않고 주체적 선택과 자율적 의지를 표출했던 아우성으로 기억할 때 제주와 오키나와의 기억은 한층 더 풍부해질 수 있으리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