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피해자’는 페미니즘 안팎 다기한 논쟁의 중심에 놓여 있다. 여성 개인에게 초래된 해악을 젠더 부정의로서 문제화 하고 또한 변화시키고자했던 페미니즘의 기획은 ‘피해자’를 둘러싼 다양한 언설들을 통해 교란되고 전유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가 그 자체로 젠더평등인양 의미가 물화되고, 피해 여성이 우월적 지위를 누리는 듯 착시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이 글은 구조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과 결부되지 못한 피해자 담론의 등장과정과 한계에 주목하고 있는 기존 연구들을 검토함으로써 오늘날 페미니즘에서의 ‘피해자’ 의미가 어떻게 교란될 수 있었는지를 살펴본다. 연구들에 따르면삶의 불안과 불확실성 증대는 시민들의 안전에 대한 요청을 절대화했으며, 정치의 사법화와 감정 담론은 피해자로서 여성의 교차적 상황을 염두에 두는 성찰적, 해석적 젠더 정치의 가능성을 약화시켰다. 결정적으로 반페미즘 언설 및 신자유주의 담론은 페미니즘의 ‘피해자’를 잔여적 복지의 대상, 나아가 개인적 이해를페미니즘의 이름으로 관철시키려는 이기적인 존재로 왜곡, 치환하기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