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현실주의진영 내부에서 합리성에 대한 해석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이론적인 분화현상을 배경으로 삼아 중국의 세계관을 분석한다. 현실주의는 국가, 생존, 자구라는 가설을 공유하고 있지만, 합리적인 행위에 대한 해석의 차이로 인해 여러 현실주의가 공존하고 있다. 합리적인 행위에 대한 추론은 도구적, 가치적인 측면에서 관찰하거나 혹은 도덕적, 전통적, 의사소통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합리성에 대한 해석은 이처럼 다양한 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현실주의는 대체로 도구적 합리성을 가설로 삼고 있다. 그리고 합리성에 대한 도구적인 해석도 행위의 결과를 다르게 전망하게 되면 다른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데, 공세적 현실주의와 구조적 현실주의가 패권경쟁의 결과에 대해 서로 다른 전망을 내놓는 것은 대표적이다.
중국인들은 공동체의 도덕적인 질서를 강조했던 유교의 영향으로 인해 도구적이기보다 가치적 혹은 도덕적 합리성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인식을 전제로 삼으면 합리성을 도덕적으로 이해하려는 중국의 현실주의는 합리성을 도구적으로 해석하는 기존의 현실주의와 다를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런 추론의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이 글은 중국의 정치지도자들이 수립했던 대외정책과 이들 대외정책에 담긴 합리성을 분석한다. 그리고 이런 분석작업을 바탕으로 중국적 현실주의의 특징을 탐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