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포스트휴먼’적 상황에서 인간을 새롭게 성찰하는 관점들을 소개하며, 이 얽힘과 행위자-네트워크의 이론들을 여물(與物)의 관점에서 읽어보고자 한다. 여물(與物)이란 인간의 존재됨이 언제나 이미 물(物과 더불어 거하며 살아가는데 있음을 말하는 관점이다. 이는 인(人)과 물(物)을 동등한 행위주체(agency)로 보는 것을 말한다. 포스트휴먼 시대 이 물질의 행위주체성을 본고는 우선 카렌 바라드(Karen Barad)의 ‘얽힘’(entanglement)이라는 개념을 통해 살펴보고, 두 번째는 개체론적 존재론을 넘어 ‘행위자-네트워크’를 통해 존재를 네트워크라는 관점으로 재구성하는 라투르의 이론을 살펴보고, 아울러 이 혼종적 존재의 출현이 우리의 사유에 미치는 영향들을 생각해 볼 것이다. 이규보는 자신의 글쓰기의 삶을 함께 살아가는 벼루를 성찰하면서, 자신의 삶이 실로 물(物)과 더불어 이루어진다는 것을 여물(與物)로 표현하는데, 이는 모든 존재를 동등하게 존중하는 평등안(平等眼)의 관점을 전제한다. 이 동아시아적 관점을 통해 본고는 포스트휴먼 시대는 인간을 부정하는 시대가 아니라, 인간을 물(物)과 더불어(與: 상호 돕는) ‘함께-삶을-만들어-나가는-존재’ (sympoietic being)로 읽어내는 시대임을 논구(論究)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