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군사정변 이후 언론사 통・폐합이 단행되고 「언론기본법」이 제정되었다. ‘국가보위입법회의’라는 위헌적 기구에 의하여 제정되어 태생적 악법인 「언론기본법」은 민주화과정에서 폐지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언론법사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반론보도청구권과 언론중재위원회는 지난 반세기 동안에 오히려 보완되고 강화되어왔다. 민주주의의 생명선인 언론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언론의 자유 남용에 따른 개인의 자유와 권리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보완책도 충실히 마련하여 상호 규범조화적으로 작동되어야 한다.
본고에서는 그간 언론중재위원회 및 반론권 제도의 발전과정과 관련하여 제기된 일련의 논의 틀을 존중하면서도 제도의 본질적 측면에 비추어서 살펴보았다. 언론중재위원회의 발전과정에 관한 논의는 도입기, 과도기, 정착기, 성장기로 나누고 있다. 편년체적 이해의 기본 축을 수용하면서도 법률의 기본 틀보다는 한국의 언론중재위원회가 가지는 특징적인 발전과정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언론중재제도는 외국의 입법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중재 관련 법률의 제정과 개정 과정에서 오히려 그 존재가치를 확인받아 그 권한을 확대・강화하여 왔다. 즉 언론중재위원회가 존치하는 가운데 반론보도청구권으로부터 출발하여 본래의 의미의 정정보도청구권과 손해배상청구권까지 위원회에서 관장하는 변화를 그 구분의 획으로 삼고자 한다. 최근 10년 이상 본질적인 부분은 개정되지 아니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인터넷) 시대에 즈음하여 새로운 유형의 언론중재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의 입법과 그 과제에 따라 언론중재위원회의 새로운 역사가 펼쳐질 수 있다.
언론중재위원회는 그 설립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여야 한다. 즉 반론보도청구권이 실효적으로 작동하도록 일련의 조치를 수행하여야 한다. 반론보도청구권의 실질화를 위하여 언론의 사실보도뿐만 아니라 논평도 반론보도청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언론중재법에서는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손해배상청구권이 규정되어 있다. 정정보도와 반론보도가 작동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손해배상액은 상징적인 금액으로 책정된다. 정정보도나 반론보도 제도를 알지 못하는 영미법계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로 나아간다. 언론중재위원회에서의 손해배상액 책정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은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
언론중재법에서는 조정・중재의 대상이 되는 언론매체를 고전적인 언론매체에서 현대적인 정보매체까지 확대하고 있다. 대상 매체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언론중재위원회의 업무량 과부하로 연결된다. 언론보도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고 하더라도 무리한 제도와 기구의 확장은 자칫 언론탄압기구라는 오명을 받을 수 있다. 그간 확대되어온 매체에 관한 언론조정신청사건만 하더라도 조만간 위원회가 감당할 수 있는 수용능력을 넘어설 수 있다. 중재위원 숫자의 확대는 수용가능한 범위를 넘어서게 된다. 비상임인 중재위원의 상임화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신청 건수의 폭증은 자칫 현직 법관의 중재부장 역할에도 한계를 야기할 수 있다.
정보사회의 진전에 따라 언론중재위원회에 기사열람정지청구권(기사열람차단청구권)이나 기사삭제청구권을 부여하자는 논의가 활성화되어 간다. 하지만 이는 언론중재법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현대적인 정보사회법제 전반에 관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를 언론중재법을 통하여 독자적으로 구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즉 소위 ‘가짜뉴스’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잊힐 권리’를 제도화하는 논의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를 적극적으로 입법화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현실이 이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입법상황에 언론중재법 개정의 한계가 놓여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유일하게 반론권에 이어 정정보도청구권과 더불어 언론중재위원회 제도를 언론의 자유와 피해자의 권익구제를 연결하는 가교로서 새롭게 정립시켰다. 제도의 안착은 바로 세계적 수준의 한국적 언론법제도 모델의 구현으로 이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