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디지털 정보기술은 자유와 기본권, 그리고 민주주의를 보증하는 매개체가 된 듯하다. 불과 10여 년 전,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중동지역에서 “아랍의 봄”이라는 민주화 물결이 전개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근래에 미국이나 유럽국가의 정보기관들이 통신감청의 목적으로 인터넷에 제약 없이 접근하고, 이로 인해 개인의 자유가 중대하게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었음이 밝혀졌다. 이는 정보기관이 개인의 사적인 영역을 소멸시키고 헌법상 보호된 권리를 경시해왔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국가 안보의 수호를 위한 예외적인 상황 하에서는 법률상으로 예정된 감청조치가 필요불가결하다는 점은 인정된다. 그렇다고 하여 국가가 무제한의 재량을 보유함을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테러의 위협을 퇴치하는데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수단이라고 해서 모두 다 취할 수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가의 보호의무와 관련하여, 인격발현의 보장에 기초가 되는 수단을 선택함에 있어서 국가는 넓은 재량의 여지를 지닌다. 국가에게 특정행위를 강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국가가 완전히 부작위를 한다거나, 또는 대단히 미흡한 불충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입법자는 사안의 평가와 관련하여 주어지는 넓은 형성의 여지를 행사하면서도, 기본권 보호가 적절히 담보되도록 규범을 제·개정하여야 한다.
외국정보기관의 대단위 감시조치 역시 법의 규율을 받아야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법질서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바, 국내법상으로 권리구제가능성은 전무하거나 극히 제한적이라 평가할 만하다. 한편, 디지털 정보처리기술이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국가에 의한 위험탐지와 위험의 제어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동시에 기본권이 침해될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음도 간과되어선 안될 것이다.
무엇보다, 위험의 방지를 위한 사전대비적 정보수집이 완전히 금지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수단도 그 한도와 절제를 요하는바 안전보장의 수준을 높여준다고 해서 항상 정당화될 수만은 없다. 현대의 테러위협에 있어서 정보취득을 위한 선제적 사전활동은 불가피하지만, 여기에서도 일정한 한계가 준수되어야 함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