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성리학자 율곡 이이(1536-1584)에 대한 연구물은 지난 80여 년간 끊임없이 산출되었고, 이제 그 수를 헤아리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많다. 물론 양적인 성장이 항상 질적인 성장을 함축하지는 않을지라도 그처럼 많은 연구물이 산출되었다면 관련 학자들이 만족할 만도 한데, 아직도 많은 이들이 여전히 조선 성리학 연구 전반의 미진함이나 꼴록꼴록함을 느끼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이 논문은 그러한 불만족의 원인을 한국사상(특히, 율곡학)의 연구방법론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찾는다.
다수의 학자들이 한국사상 연구방법을 제안해왔지만, 그 가운데 대부분은 ‘연구방법’이라기보다 ‘연구방향’이나 ‘연구영역’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아래에서 논자는 먼저 율곡학을 포함한 한국철학 일반에 대한 연구가 왜 경시되는가, 즉 한국사상의 철학적 위상에 대해 살핀다. 그런 뒤에 논자는 기존 학자들이 제안했던 연구방법론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를 검토한다. 끝으로, 논자는 율곡학의 연구가 ‘철학적 탐구’로 간주되기 위해 필요한 연구방법론이 무엇인가를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