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범종 연구에 있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동아시아 범종의 기원과 전래를 포함한 삼 국시대 범종의 모습과 한국 범종의 전형 양식으로의 정착과정이다. 이를 위해서 중국 태건7년명 종과 백제시대 미륵사지(彌勒寺址) 금동 풍탁과 비교 고찰하여 추정해 보았다. 또한 중국 초기의 범종 양식이 양쯔강을 중심으로 남쪽의 조형종(祖形鐘)과 북쪽의 하엽종(荷葉鐘)으로 나누어진다 는 점에 착안하여 처음부터 일본 종과 다른 루트의 중국 범종 양식이 한국에 전래된 점에 대한 가설을 제시해 보았다. 특히 그동안 국적과 제작시기에 관하여 많은 논란이 있어왔던 용문산 상 원사 종의 양식적 특징을 살펴보면서 여러 선학들의 연구 결과와 논의된 내용을 중심으로 새로운 견해를 도출해 보았다. 이를 통해 상원사 종이 지닌 그 의미는 다음과 같다. 종의 양식적 특징으 로 미루어 결코 한국 종이 될 수 없는 일본 종이라는 점으로서 원래 절에 전래되어 왔던 상원사 종과 바꿔치고자 새로이 만든 종은 위작 종은 결코 아니며 한국 범종에서 가장 오랜 종이란 것도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결론지어진다. 그 요인으로 용두의 모습, 주악상의 형태, 종구와 내부의 주 조 흔적을 통해 이 상원사 종이 한국 고대 범종의 전통적인 공법인 밀납주조가 아니라 일본 종에 주로 사용되는 사형주물 공법으로 만들어진 것이란 점이다. 주조 방법의 차이는 이 종이 비록 일 본 종에서 나타나지 않는 상·하대 문양과 주악상을 표현하였음에도 결코 한국 종이 아니며 모방 작 내지 혼합형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제작 시기에 관해서는 일본에서의 공백기라 불리는 11 세기 또는 12~13세기 설이 제기되어 왔지만 그보다 앞선 시기 범종의 영향도 볼 수 있어 보다 폭 넓은 시대관을 포함하고 있다고 추정된다. 다만 13세기에 들어와 종구 쪽이 바깥으로 벌어지며 대형의 종들이 만들어지는 경향으로 미루어 하한은 12세기 말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한편으로 주조된 범종의 성분 분석을 통한 연대 추정에도 아직까지 규명이 어려우며 오히려 일 본 종과의 성분 분석이 이루어진다면 국적을 더 정확히 밝히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판단된 다. 지금까지 반세기 이상 한국 범종 연구에서 커다란 논란을 불러왔던 용문산 상원사 종의 실체 는 완전히 풀리지 않았지만 이 종이 지닌 여러 가지 특징과 의미에 관해서는 나름대로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그것이 일본 종이라 할지라도 오래전 만들어진 문화재라면 보호할 가치가 충분 하며 이 또한 동아시아 범종 연구에서 이루어졌던 문화의 교류이자 명백한 과거의 흔적이기 때문 이다. 이후 이 종이 지닌 행적에 대한 분명한 자료가 밝혀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의미 있는 가치를 우리에게 제공해 주리라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