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고대 그리스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적 분기점으로 인식되는 페르시아 전쟁이라는 대재난에 관한 역사적, 고고학적 증거를 아테네를 중심으로 정리하고, 전쟁과 관련된 사건을 기억 하고 기념하기 위하여 세운 공공기념물을 살펴봄으로써 아테네와 범 그리스의 성소, 주요 전장에 서 아테네인들이 전쟁을 어떻게 기념하였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 전쟁과 관련된 역사 적 조형물과 전쟁의 상흔이 드러난 문화적 경관이 동시대와 후대의 그리스인들에게 어떠한 의미 로 전달되었는지를 추론해 보고자 한다.
아테네인들은 아테네의 곳곳(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와 아고라, 일리소스의 강변 등)을 비롯하 여 승리를 거둔 주요 전투가 벌어진 장소인 마라톤과 프시탈레이아, 플라타이아 등지에 기념물을 세웠다. 그리고 범그리스적 성역인 델피와 올림피아, 이스트미아 등지에도 페르시아 전쟁의 공공 기념물을 세웠다. 그리고 아테네인들의 공공기념물은 신전과 사당, 봉헌물과 전승 기념물 등 다양 한 형태를 띠었다. 시기적으로는 마라톤 전투가 벌어진 기원전 490년부터 5세기 내내 페르시아와 관련된 공공기념물의 건립이 지속되는데 이는 이어지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앞둔 아테네가 과거 의 영광스러운 승리의 역사를 부각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아크로폴리스의 성벽에 남겨진 옛 파르테논의 부분들과 에렉테이온의 북쪽에 매장된 조각상들 은 페르시아 전쟁이라는 재난을 공식화하고 아테네인들의 기억에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전 자는 상흔을 드러냄으로써 아테네인들에게 끊임없이 전쟁을 상기하는 역할을 하였다면, 후자는 과거(아르카익 시대)를 덮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의식과도 같았다. 그래서 이 두 행위는 아크로 폴리스를 재건하여 전란의 극복과 전승을 공식화하고 기념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여겨진다. 승 리와 극복의 기억은 상흔의 존재가 구체적으로 남겨져 있을 때 더 극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