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황진이와 황진이의 문학을 나르시시즘의 관점으로 바라본 논의이다. 주지하다시피 기생은 조선시대 八賤의 하나로 신분의 위계상 가장 열악한 위치에 속하는 존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진이는 자기 스스로에 대한 자기도취와 자신감이 지극히 충만한 인간형이고 그 속성들이 그대로 문학 속에 형상화되고 있다. 폐쇄적 사회에서 기생과 같은 천민집단은 자신의 처지를 수용하고 인정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기에 그들에게 있어 자기애를 실현하는 것은 대단히 요원해 보인다. 그러나 황진이는 자신의 처지에 매몰되지 않고 자기애가 충만한 사람으로 드러나고 있다. 다른 기녀들의 일화나 기녀시조와 차별화되는 그녀만의 독특한 세계관 · 문학관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렇듯 톡톡 튀는 감성과 자기애를 견인하는 동력이 과연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본 논의는 시작되었다.
이러한 논의를 뒷받침함에 있어 코허트의 자기심리학은 매우 유용하다. 그는 나르시시즘을 정신적으로 병들고 미성숙하며 적절한 정신분석이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그릇된’ 것으로 보지 않고 대상과의 관계 맺기를 포함한 성공적인 삶을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입장에서 황진이의 나르시시즘은 건강한 자기애이며 이러한 성숙한 자기애는 문학적으로 형상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