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순종국장록(純宗國葬錄)』에 나타난 조선의 마지막 국왕인 순종의 장례과정을 미시적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순종국장록』(경성신문사내 조선신문사, 1926)은 조선의 마지막 왕인 순종의 장례과정을 사진과 글로 엮은 자료집으로, 순종의 생애는 물론 승하부터 장례까지의 전 과정을 자세히 기록해놓았다. 특히 사진 자료는 순종의 국장 모습을 통해 조선 시대 국왕의 국장과정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어 자료적 가치를 더해주고 있다.
1926년 4월 25일 사망한 순종의 장례식은 6월 10일 국장으로 치러졌다. 일반적으로 조선 시대 국왕의 장례는 5개월이 걸리지만, 일제강점기에 치러진 순종의 장례는 그보다는 짧았다. 또한 순종의 국장은 일제의 개입으로 변형되어 전통적인 조선 왕실의 국장과 일본의 근대식 국장이 혼합된 형태로 치러졌다. 이는 당시에 조선 왕실이 일제의 철저한 관리, 감독하에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일제는 고종 국장 때 일어난 3.1운동 같은 격렬한 저항을 막고자 순종의 장례를 조선의 관습에 따르도록 허가했다. 특히 전통적인 조선 왕실의 상장례는 거의 그대로 따르게 했다. 게다가 일제는 일본의 장례의식을 추가한 근대식 국장까지 치르게 했다. 그에 따라 순종의 국장은 이원화된 형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고, 특히 일제는 근대 장례식이라 할 수 있는 봉결식(영결식)을 통해 조선의 식민화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려는 의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