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으로서의 해양도시 부산은 중앙(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변방이지만 외부 세계와의 접촉의 최전선이며, 중앙과는 다른 독자성이 존재하는 동시에, 국가를 둘러싼 변화가 직격하는 내셔널과 트랜스내셔널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일제강점기 식민 해양도시 부산과 서일본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지적・인적・물적 이동과 이민족・이문화 간의 접촉/갈등/교섭의 변용 과정, 특히 1930년 전후의 카페 문화(모더니즘) 수용과 부산 유곽 문화의 변용 과정을 탐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그 결과, 카페가 부산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시기는 1926년 이후에 부산 경찰서장의 권한으로 부산의 예창기 수를 20퍼센트 삭감해서 유흥문화가 상대적으로 위축되기 시작한 시기와 겹치며, 지리적 근접성으로 서일본 지역의 많은 카페 업자 및 웨이트리스와 모던걸이 부산의 카페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인적・물적・지적 문화 접촉 및 횡단을 통해, 기존의 유곽에도 모던 댄스 등과 같이 모더니즘과 관련된 새로운 문화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또한, 유곽의 예창기와는 달리 손님과의 외출이 자유로웠던 카페의 여급(웨이트리스)은 국가의 관리 통제(성병검사 등)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후발주자로 부산의 유흥문화에 뛰어든 카페는 키스데이 및 노드로데이, 그리고 약간의 팁으로 손님과 동반 외출하는 등과 같은 유곽과는 차별화된 영업 전략을 통해, 유곽에 적용되고 있었던 규제와 검열을 역이용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