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작품, 『떠도는 류큐인』과 『멸망해가는 류큐 여인의 수기』 그리고 『평화거리라 이름 붙여진 거리를 걸으면서』는 ‘소철지옥’과 본토복귀 이후라는 다른 시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시대를 관통하며 재난에 직면한 오키나와를 다룬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작품 속에서 ‘소철지옥’ 시기 오키나와 시민들에게 강요된 생활개선운동이 결국 정체성의 개량 및 삭제를 요구했던 부분과, 오키나와 반환이후 일본으로의 동화를 요구하는 부분은 모두 종주국-식민지의 내재적 관계를 꼬집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류큐처분’ 이후 ‘소철지옥’ 시기를 거치며 겪었던 재난은 오키나와 시민들의 염원을 짓밟은 본토 반환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형태로 재현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불거진 재난의 연쇄를 끊어내기 위해 오키나와 시민들은 전통적인 상호부조와 협동의 공동체를 계승해갔다. 전통적인 조직 단위로서 ‘조’는 생활협동조합의 ‘반’조직으로 이어지며, 자신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적극저인 활동을 전개하였고, 공동 출자 병원인 ‘민주진료소’의 설립으로 낙후된 오키나와의 의료 환경을 스스로 개선하고자하였다. 이렇게 확인된 공동체 ‘반’활동의 자신감은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오키나와 의료생협’의 창립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오키나와 의료생협’의 창립은 협동하는 시민들의 힘을 증명함으로써, ‘반’조직 주도하에 명물 지역행사 ‘오키나와 봉오도리’를 정착시키고, 다양한 사회운동의 기점으로 기능하며 시당국의 노인건강검진 예산 확대 등을 관철시키게 된다. 이렇게 연쇄되는 재난 속에서 스스로를 구원하고자 했던 오키나와 공동체는 ‘오키나와 의료생협’ 창립을 통해 개개인 간의 협동과 연대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까지 전개되고 있는 오키나와 지역운동의 초석이 된 과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