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중국이 세계 교역에 뛰어들고 생산과정의 글로벌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한국의 대중(對中), 대일(對日) 무역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기존의 총액기준 교역자료를 보면 한국은 큰 폭의 대중 무역흑자와 대일 무역적자를 동시에 발생시키고 있으며, 이는 일본산 핵심부품 + 한국산 중간재 + 중국 노동력 방식의 3국 분업관계가 강화되었다는 인식을 뒷받침한다. OECD와 WTO가 작성하는 부가가치기준 교역자료(TiVA)를 활용하여 분석한 결과 중국은 2010년대에 이미 한국의 조립공장 단계를 벗어나 ‘세계의 공장’이 아닌 ‘세계의 시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중국의 수출총액에서 중국이 직접 생산한 부가가치의 비중은 2000년대 후반부터 확대되고 있어, 중국 수출의 가공무역적 성격이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본산 핵심부품이 한국에서 가공된 중간재로 재수출되는 경로는 여전히 강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샌드위치 위기’를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평가되고, 한국의 대중 및 대일 무역수지가 부가가치기준으로 최근 개선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2022년 대선을 통해 출범하는 새 정부는 이와같은 한중일 간 부가가치의 흐름을 고려하고, 특히 중국과 일본의 정치적인 제재조치 등에 따른 공급사슬 충격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에 유의하여 정책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