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에서 필자는 인도네시아 옛이야기에 나타난 재난과 생태적 삶의 양상을 살피고, 작품에서 고찰한 주제의식 및 상상력을 바탕으로 오늘날 21세기 기후위기 대응방안으로서 공생의 인문학에 대해 고찰하였다.
2장에서는 홍수와 가뭄, 피부병 이야기를 제재로 한 14편 작품의 양상을 살폈다. ‘호수가 된 마을 이야기’는 인간이 악행[자연파괴, 탐욕으로 인한 살상 등]을 저지르면, 신이 홍수를 일으켜 자연 및 인간(마을공동체)를 멸망시키며, 다시는 이전 세계의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공멸의식을 여러 지역에서 공유ㆍ전승해왔음을 보여준다. ‘가뭄과 희생제사 이야기’에서는 인간의 악행[불경죄, 자연파괴, 낭비]으로 인해 ‘가뭄-굶주림-감염병’이라는 신의 징벌을 받으며, 큰 대가[자녀희생제사]를 치른 뒤에야 신의 노여움을 풀고 이전 세계를 회복할 수 있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피부병 및 한센병 등의 감염 이야기’는 이 알 수 없는 병이 얼마나 치명적이며, 그로 인해 당한 유배ㆍ추방 등의 격리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전한다. 한편으로 환자들이 기적 같은 치료 및 공동체복귀를 희구하는 마음을 형상화하였다. 3장에서는 생태적 삶을 지향하는 주제의식이 발견되는 아홉 편의 작품을 찾아보았다. ‘선녀호수 이야기’는 평화로운 정글ㆍ호수의 정경과 생태적 삶을 묘사하였고, ‘인간과 동물의 공생 이야기’에서는 인간과 동물이 공생하는 삶이 평화롭고 유익함을 전한다. ‘전쟁을 막은 이야기’에서는 전쟁을 피하고 화해하여 평화로운 삶을 살고자 노력한 사람들의 지혜와 그 공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었다.
4장에서는 전 지구적으로 기후위기에 직면한 현 상황에서 공생의 인문학의 의미와 실천방향에 대해 논하였다. 고전문학 연구자 및 인문학자들이 현 기후위기 및 생태위기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아시아옛이야기를 연구해 아시아의 다양한 스토리와 감성, 상상력 및 문화를 공유하는 것, 교육 및 출판ㆍ예술 방면에서 활용하는 것, 시민사회적 실천을 꾀하는 것 등을 제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