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은 인간의 생명유지에 필요한 생리적 요소로서 고대문명에서부터 사회문화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동서고금의 종교의례와 민간신앙에서도 널리사용되며 종교문화적 의미에 참여해온 물질이다. 그러나 소금의 종교적 사용이나의미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일천하다. 한국 신종교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은 일찍부터 물건이나 음식, 장소를 깨끗하고 거룩한 것으로 분별하는 성별의 물질로성스러운 소금, 즉 성염(holy salt)을 공식적으로 사용해왔다. 이러한 성염은 가정연합의 종교의례와 신자들의 일상적 삶과 의식에 깊이 자리하고 있어, 종교적물질로서 소금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좋은 사례를 제공한다. 이에 이 논문은물질종교에 대한 이론적 관심을 가지고 특히 성염의 물질성과 그 행위성에 주목하면서, 성염이 가정연합의 종교생활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어떤 특징을 부여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성염은 가정연합에서 참부모 메시아로 신앙하는 창시자 부부의 성혼식을 위해성별의 물질로 선택되고, 성혼식을 통해 등장한 참부모의 축복으로 신자들이 만물을 거룩한 것으로 분별하고 회복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성물로 축성되어신자들에게 분배되었다. 즉 성염은 인간과 세계 전체에 대한 참부모 메시아의구원 사역의 일부가 된 물질이다. 이러한 가정연합의 성염은 고대로부터 종교문화사에서 제액과 정화, 부패방지 등을 위해 사용된 소금의 궤적과 그 물질적상징적 의미를 수용하고 있다. 성염은 동시에 소금 자체의 물질적 성질, 그 존재양태와 결부된 행위성과 가정연합의 종교적 특징이 응축된 참부모 메시아 사건, 영육전체의 총체적 구원신앙과 관련된 신학적 의미와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종교현상적 배치 속에서 가정연합 특유의 종교문화를 형성해왔다. 가정연합에서 성염을 통한 성별생활은 신자로서의 자기정체성과 외부 사회에 대한 구별의식 등의 형성에도 지속적이고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요컨대 성염은 단지 신자들의 의도적인 행위성을 위한 수동적이고 수단적인물질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성별의식을 하는 신자들과 접촉하는 구체적인물질성을 통해 일정한 작용(행위성)을 발휘하며, 성별이 필요한 가정이나 의례공간에 있음/놓여짐으로써 배치를 통해 종교적 효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성염의 엄격한 사용, 성별생활의 방식, 그에 대한 신학적 해석들을 통해서물질적 생활환경 및 세속사회와 가정연합 공동체의 관계 양상과 종교문화적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