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전근대 한국종교의 맥락에서 신위에 대한 물질적 접근을 시도한다. 종교학과 인접 학문들에서 ‘물질적 전회’를 받아들이는 방식에는 크게 두 경향이 있다. 하나는 문헌 중심 연구에 대한 대안으로 해석해야 할 텍스트에 물질문화를 포함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물질주의의 범주에 포함되는 존재론적, 인식론적 개념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방향이다. 이 논문은 기존의 역사적, 인류학적 접근의 강점을 유지하면서 종교의 물질적 측면에 주목하는 것이 유용함을 주장한다. 연구 대상인 신위는 ‘의례의 방향을 지정하는 물질적 대상’을 지칭한다. 물체가 신위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원형과의 도상적 ‘닮음’과 사회적, 의례적 ‘관계’라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소상과 같은 정형적 신위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모델이 되는 신령과 충분히 닮을 필요가 있다고 믿어졌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목표로 한 신령이 아닌 사귀의 거처가 될 수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료의 재질이나 내구성이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향교에 모셔진 공자 소상에 대한 김종직의 비평이 중심적인 텍스트로 다루어졌다. 한편 비정형적인 신위는 화려함이나 장엄함보다는 표준적 규격의 준수와 엄숙함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의례가 끝나면 소각되는 일회용 신위인 지방은 모호한 의례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성한 대상으로 여겨졌으므로,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이차적 담론을 필요로 했다. 내구성을 결여한 지방과는 달리, 반영구적인 신령의 거처로 취급된 나무 신주는 초자연적인 변괴를 일으킬 수 있는 민속적 믿음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전근대 한국인들에게 신령은 신위로서 제작된 사물과 결합하여 특정한 행위를 하는 것으로 상상되었다. 그것은 결코 물질 세계와 분리되어 있다는 의미에서 ‘영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이상과 같이 신위를 물질적 대상의 범주에서 다룸으로써, 우리는 전통적인 교의적, 제도적 접근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종교적 심성과 실천에 대한 비교론적 시각을 환기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