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8세기에 한문의 번역으로 이루어진 국문 소설과 언해서의 번역 양상을 바탕으로 문체상의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 것이다. 연구 대상으로는 국문 소설에서는 『무목왕정충록(武穆王貞忠錄)』(1760)을, 언해서에서는 『어제백행원(御製百行源)』(1765)와 『무예도보통지언해(武藝圖譜通志諺解)』(1790)을 삼았는데, 이 세 문헌은 왕실과 관련성을 있는 문헌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 문헌들에 구사된 국문 또는 국한문의 문체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이는지와 이곳에서 보이는 한자어 또는 한문의 역할이 어떤 것인지를 19세기의 국문 소설과 관련하여 살펴 문체적 양상을 살폈다. 『무목왕정충록』은 원전이 되는 『무목왕정충전』과 비교하여 보면 직역이 이루어진 부분도 있으나 국어 및 국어사용의 현실에 맞게 의역이 이루어지고 어휘가 선택되어 있다. 『어제백행원』은 구결문으로 제시된 한문을 언해하여 이루어진 것인데, 실제 언해문은 철저하게 구결문의 통사 구조를 따르면서, 하나의 구결로 묶이는 문장 성분인 한문이 갖는 문법 구조에 따라 번역되어 있다. 『무예도보통지언해』는 한문으로 된 원문과 언해문의 대응이 아주 투명하다. 이처럼 한문 번역으로 이루어진 텍스트들은 한문과의 관계 속에서 국어의 문체를 이해하는 데에 유용한 것들이다. 그런데 한문 번역과는 거리가 먼 국문 고소설인 『춘향전』, 『홍길동전』에서도 한자어 사용이 많이 보인다. 이 중에는 『춘향전』의 “초목군생지물(草木群生之物)이 개유이자락(皆有而自落)이라”와 같은 한문 구결문과 같은 양상을 보이는 것에서부터 일상적으로 쓰이는 것을 충실히 반영한 것이 두루 보여 다양한 층을 보이고, 동사의 의미를 갖는 한자어 명사가 쓰이는 양상이 보인다. 따라서 번역에 의한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국문 속에는 한문의 문법이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양상은 개화기 국어의 문체의 성격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데에 꼭 참고해야 하는 것으로서 중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