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소고당(紹古堂) 고단(高煓, 1922∼2009)의 노년기 가사에 나타난 특징과 그 의미를 살펴보는 데 목적을 두었다. 작자 내면의 솔직한 정서가 노년기 가사에 집중적으로 포착되는 점에 주목하여 소고당가사의 새로운 면모를 탐색하고자 하였다.
노년기 가사에 나타난 특징으로 먼저 고향의 기억을 환기하고 있는 점과 노년의 늙은 몸을 인식한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작자가 노년에 고향을 그리워하며 연속적으로 창작한 작품에서 포착되는 면모로서 여기서는 고향인 평화마을의 계절적 풍경이나 유년시절의 아련한 추억이 반복적으로 소환되고 세월의 흐름 속에 늙은 몸이자 병든 몸이 되어버린 것을 깨닫는 자신의 몸에 대한 인식이 드러난 점이 주목된다. 또 다른 특징으로 여성 인물에 대한 관심과 그들의 삶을 기록하고자 하는 욕구가 표출된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노년에 특히 친정 가문의 여성 개개인을 생각하며 창작한 작품에서 포착되는 면모로서 여기서는 자신을 아껴주었던 여성 인물에 대한 그리움과 고마움을 드러내고 그들의 고단한 삶에 연민을 느끼는 한편 인물 개개인의 다양한 미덕을 예찬한 점이 주목된다.
소고당 고단은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었던 제봉(霽峰) 고경명(高敬命)의 15대 손으로 장흥 고씨 가문의 일원이라는 점에 평생토록 강한 자긍심을 가졌던 듯하다. 고향인 장흥 평화마을에 대한 향토애도 강했고 노년에 접어들수록 먕향의 감회는 더욱 절실하게 드러났는데 자신을 ‘평화 딸’이라 표현한 것처럼 고향은 곧 자신의 정체성과 연결되어 있음이 확인된다. 반복적으로 환기되는 고향의 기억은 자연스럽게 어릴 적 곁에서 봐 왔던 친정 가문의 여성들의 삶에도 관심을 가지게 했고 그들의 삶을 가사로 기록하는 과정 속에 자신의 모습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노년에 자신의 늙고 병든 몸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 점도 자신의 존재를 돌아보고 성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점에서 소고당 고단의 노년기 작품은 자기표현 가사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