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는 급격한 주거공간의 변화가 이루어진 시기이다. 특히 ‘아파트’의 등장은 당시 우리나라의 주거환경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기에 충분했다. 기존의 ‘집단거주’형식에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독립적인 거주공간으로 아파트는 탈바꿈했다. 아파트는 건물들이 군집해 있는 형태였지만, 생활방식 자체는 독립적인 주거형태이다. 1970년을 기점으로 아파트는 이러한 주변의 환경에 방해받지 않는 개인적인 삶을 보장받는 형태로 발전해왔다.
아파트의 발전은 곧 중산층의 등장 및 발전과 그 궤를 함께 했다. 중산층은 사회적으로 경계에 머물러 있는 계층이다. 그들은 빈민층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상류층도 아니었다. 어떤 형태로든 돈을 벌지만 빈민층의 노동과는 다른 형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1970년대 주거공간은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지니고 있었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 1970년대 노동자들의 노동문제, 그리고 경제적 불평등을 다룬 본격적인 작품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산업화시대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1970년대에 등장한 조세희의 작품들은 동 시대를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삶, 그리고 이러한 노동자들의 경제적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공장을 운영하는 대기업 일가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묘사하였다.
조세희의 소설 속에는 철거를 앞둔 마을, 공장, 아파트, 부(富)촌, 법원 등의 공간이 등장한다. 이러한 공간은 김우창이 이야기하는 ‘도덕과 생존이 일치하거나, 혹은 일치하지 않는 곳’의 일부분이다. 중ㆍ단편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재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빈민층과, 그 이후 지어질, 아파트라는 또 다른 자본주의 적 공간의 탄생을 예견하고 있다. 조세희의 서사는 이와 같은 공간들, 그러니까 무너져버린 마을, 그리고 그 자리에 다시 재생(再生)될 또 다른 마을, 원래부터 존재하고 있던 부유한 마을에 사는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무너진, 혹은 철거된 주거공간이 작품집 『난장이 마을의 유리병정』(1979)에 이르러 ‘안다미로 아파트’라는 공간으로 구체화 되며, 「시간여행」(1983)에서는 중산층 계급의 대표적인 주거공간으로 고정된 ‘아파트’로 고정된다.
이 연구는 기존의 조세희 연구의 기반이 되었던 노동문제, 경제 불평등, 이로 인해 소외된 인물들에 대한 논의에 더해 공간,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주거 공간’에 천착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조세희 작품의 일면을 다시 살펴보고, 우리가 산업화시대라고 부르던 1970년대가 남긴 잔재들이 현재의 지점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 이 연구의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