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박사의 연구」와 「광염소나타」에서는 아득한 웃음, 섬뜩한 공포, 관능적 매혹 등 감정적인 요소들이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이러한 정동(情動)적 형상으로 대변된 소설의 몇몇 편영(片影)은 비정상적인 웃음, 혐오, 공포가 함께 얽혀 있는 세계감각, 인간과 동식물, 인공과 자연 등 일체화될 수 없는 것들이 정교하게 뒤엉킨 양태를 의미하는 그로테스크의 특징과 미묘하게 겹쳐진다. 본고는 이 문제적인 교차점에서 출발하여 김동인의 창작물에 느껴진 그로테스크의 발원 및 형성 과정, 즉 그로테스크에 대한 김동인의 수용 양상을 추적하고 소설 속에서 재현된 그로테스크한 요소를 분석하고자 한다.
「明과 暗」, 「朝鮮近代小說考」 등의 글에서 확인되듯, 김동인은 1930년대 전후 ‘불완전한 세계’에 시달리고 미와 추의 순화를 추구하며 ‘신비적 공포’에 도취되어 있었다. 이는 ‘세계문학의 동시성’에 야망을 품는 김동인과 위고, 앨런 포 등 ‘세계문학’을 대표한 작가 간의 영향 관계에서 뻗어 나온 징후라고 사유된다. ‘세계문학’ 중 그로테스크의 개념, 이미지는 김동인에게 일종의 이율배반적 동인미, 단순화로 통일된 예술세계, 소설을 창작하는 데 사용되는 충격적인 ‘마력’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1920년대 후반부터 일본을 거쳐 유입된 ‘에로 그로 넌센스’라는 퇴폐적이고 자극적인 모던 문화의 부속물은 김동인이 그로테스크에 접근하는 데 보다 직접적인 경로를 마련해 주었다. 조선식 ‘그로’는 ‘奇’/ ‘怪’의 새로운 의미장과 문화 상품인 괴담ㆍ야담을 수반함으로써 김동인의 문필 활동과 창작 이념에 영향을 끼쳤다. ‘참예술’의 세계를 구축하기에 정력을 바쳐 오면서도 1930년대부터 가속화된 대중취미성의 상승추세와 성숙해진 문학장의 상업성에 부응할 수밖에 없던 김동인은 대중예술성이란 ‘절충된 전략’을 선택하고 야담지까지 창간, 주재하였다. 대중예술성의 실천에 있어 ‘세계문학’ 중의 그로테스크와 조선의 ‘그로’, 즉 그로테스크의 ‘이중적 모습’은 김동인의 창작 방향과 관념의 전환에 들어맞는다. 「K박사」와 「광염」은 바로 그 전환기의 대표적 소산물이다.
「K박사」에서 과학기술을 통해 인분(人糞)에 함유된 자양분을 추출하여 인간을 자연의 공급 시스템에서 부분적으로 독립시키고자 했다면 「광염」은 ‘인위적인 자연’에 의해 불, 시체 등에 포함된 음악 예술을 창출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사회 규범에서 점차 괴리된다는 이야기로 간주된다. 전자가 그로테스크적 괴형상인 ‘똥’을 둘러싸고 쓰이는 까닭에 독자의 엽기적 시선을 끌며, 후자는 신문소설로서 충격적인 표현력으로 구조되어 극대화된 취미성을 갖춘다. 두 소설은 모두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면서도 기이한 육체의 형태나 세계적 도경의 낯섦을 제시하여 인공과 자연, 전율과 유머, 비속과 고상이 한데 뒤섞여 결합한 전형적인 그로테스크한 통일을 지향한다. 이것은 오락성이 범람한 시대 아래 소설 쓰기의 전문성과 소설 예술의 성격을 고수하려는 김동인의 결심이 작품의 심층에 숨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