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1980∼90년대 김승희의 시를 대상으로 고통의 서사적 일관성과 희열의 시적 말놀이 전략을 분석한다. 한편으로는 과거와 현재에 일관성 있게 고통의 기의를 부여하며 여성의 삶을 구성하는 서사적 언어를 분석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기표 층위에서 소리와 문자의 배열에 의해 언어가 스스로 초과적인 의미를 생성하는 시적 언어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김승희 시인이 사적/공적 공간에서 고통 겪는 화자를 글로 쓰면서 어떻게 고통의 악순환에 사로잡히지 않고, 글쓰기를 통해 희열의 움직임을 발생시켰는지 확인한다. 김승희 시에서 고통의 서사는 여성의 고질적인 문제를 한결같이 강조하며, 문제 해결이라는 목적론적 현실 논리를 유보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동시에 음성적 유사성, 음절 반복 등을 이용한 시적 말놀이가 언어 간 우연한 접촉에 따라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놀람의 즐김을 가능하게 한다. 김승희 시에서 서사적/시적 언어는 상충되는 듯 보일지라도, 현실의 논리를 거부한다는 점에서 무목적론적 방향 탐색의 운동을 만들어내는 데 협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