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가 자신의 철학을 완성하던 시기에 쓴 주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1883-1885)는 이전 사상을 통합하고 이후의 사상적 전개에 토대를 제공한 작품일 뿐 아니라 ‘문학적인’ 형식의 텍스트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이 저작은 문학적 형식을 넘어 진리를 둘러싼 철학과 문학의 관계에 대한 니체의 사유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끈다. 이 논문에서는 이 저작에 나타난 ‘시인’ 이미지의 양가성을 분석함으로써 진리-철학-문학이 니체의 사유에서 어떤 관계에 있는지 조명하고자 한다. ‘차라투스트라’의 언급에서 시인은 세계의 현 존재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제시하는, 차라투스트라의 진실성과는 대비되는 존재로 언급되지만, 이러한 부정적인 평가는 차라투스트라 자신을 시인과 동일시하는 ‘거짓말쟁이’의 역설에서 해체된다. 시인은 또한 성찰 부족과 허영심에서 가상과 기만을 지향하다가 자신의 예술에 구역질을 내는 ‘정신의 참회자’가 될 수밖에 없지만, 파괴와 새로운 창조 작업을 수행하며 삶을 긍정하는 존재로 나타난다. 특히 「우울의 노래」 장(IV, 14)에서는 시적 자아의 회상 형식으로 ‘진리의 구혼자’이고자 하지만 ‘모든 진리로부터의 추방’을 갈망하는 시인의 실존적인 불화가 묘사되는데, 니체의 사유에 따르면 그것은 진리에 대한 사랑 내지는 철학자적 실존에 내재하는 필연적인 예술 지향성을 표현한 것이다.